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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처럼 아름다운 나의 친구들


날짜 2023-08-22 10:10:56 조회

눈만 뜨면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찾아오는 오늘,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법도 하지만 지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오늘이기에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한다.
친구들과 위챗 문자를 주고받고 좋은 소식, 좋은 글을 서로 공유하면서 하루의 일과를 열어간다. 시간만 나면 독서하고 해빛을 쪼이면서 걷기운동도 한다.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급수동 산길을 산책하면서 귀맛좋게 들려오는 새울음소리와 량옆의 높은 산에 꽉 박아선 나무들이 미풍에 설레이는 소리를 듣는 시간 만큼은 온갖 번뇌가 말끔히 사라져 기분이 한결 상쾌하다.
나의 친구들은 70대 로인들이지만 하나같이 깔끔한 멋쟁이들인 데다 흥취도 다양하여 각종 모임과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활기찬 로년을 보내고 있다. 로년활동실 탁구교련인 남편의 가르침을 받아서일가 친구 전화옥은 70대 로인이지만 탁구 치는 실력은 수준급이다. 김분월, 박금녀, 전홍련, 김순화, 최경순 등 친구들도 저마다 노래교실을 다니고 매일 시간을 정해 등산, 걷기 운동을 하며 독서도 즐긴다. 내용이 좋은 글을 인터넷으로 서로 공유하면서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생기가 넘치는 새시대 로인답게 살자고 서로 약속한다.
돌아보니 지금의 행복한 만년생활은 젊은 시절을 부끄럼없이 떳떳이 살아왔다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 나의 친구들도 이팔청춘 젊은 나이에 가정을 이루고 한 가정의 며느리, 안해, 엄마로 살아가면서 우로는 시부모를 모시고 남편과 자식 뒤바라지에 손톱이 닳도록 매일 가정의 안팎일을 하면서 팽이처럼 돌아쳐야 했다. 30대 중반에 남편이 중병으로 로동력을 상실하자 가냘픈 녀자의 두 어깨로 가정의 중임을 짊어지고 남편의 병시중 한편 어린 자식 키우면서 인생의 아리랑 열두 고개 용케도 넘어온 전화옥과 안춘옥도 두 아들을 공부시키려고 산골마을에서 화룡시가지에 이주했다. 세집살이하면서 된장, 고추장 장사에 이어 명태를 말리고 가공하여 시장 매대에 올리기까지… 십여년 동안 하루도 제대로 자본 적 없고 한창 나이에 예쁜 옷을 입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나라의 개혁개방 정책이 펼쳐지자 남먼저 겁없이 외국 장사길에 나선 박금녀 친구와 해외로무행을 선택한 김분월, 전홍련, 김순화, 최경숙, 유미옥 등 친구들의 공통한 소망이라면 자식들이 출세하는 것이였다. 그런 마음으로 해외에서 그 어떤 수모와 역경도 끈질긴 의지로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다. 녀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고 친구들이야 말로 가정과 자식을 위하여 헌신한 현처량모들이였다.
“고생 끝에 락이 온다”고 자녀들의 출세만 바라며 모든 고생을 감내해온 친구들도 이제 모두 인생의 락을 누려가고 있다. 당의 정책이 좋으니 애를 써 키운 자식들 모두가 좋은 일자리를 찾아 공무원으로, 기업의 골간으로, 자영업자로 열심히 살고 있으며 가정을 이루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자식을 키우며 사회 각 분야에서 한몫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그렇게 흐르는 세월 속에 젊은 시절 예쁘던 얼굴에는 잔주름이 생기고 귀밑머리 하얗게 선 고래희 나이를 맞아 인생의 황혼을 맞이한 친구들이지만 젊은 시절의 패기만은 가슴속에 간직하고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좋은 세월, 번영세월이 가져다준 행복도 실컷 누리고 있다.
배움의 열정과 랑만이 넘치는 친구들의 황혼인생을 지켜보면서 서늘한 가을에 산야를 울긋불긋 곱게 물들이는 단풍잎을 떠올리게 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오면 동면에서 깨여난 나무들은 기지개 켜며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싹을 틔우고 비, 해살과 토양의 자양분을 받으면서 푸른 잎을 무성하게 키워낸다. 무성하게 자란 푸른 잎은 신선한 산소를 배출하여 인류에게 맑은 공기를 공급하다가 오곡이 무르익는 서늘한 가을이 오면 임무완성을 다한 듯 산과 들을 곱게 단장하는 단풍잎으로 된다. 추위가 다가오기 시작하면 단풍잎은 조금도 서두르지 않고 나무가지에서 뛰여내려 달갑게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다. 자연과 공존하며 일생을 살아가는 인간도 어쩌면 식물과 닮은 것 같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운동이면 운동 등 여러 면에서 장끼가 있는 친구들은 각자가 자기 흥취에 따라 노래교실에서 노래도 배우고 광장무도 추고 운동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인생,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려행도 다니며 한번도 가본 적 없는 황혼길을 서두르지 말고 아주 천천히 걸어가면서 건강을 잘 챙기고 곱게 물든 단풍잎처럼 아름답게 익어가자고 하면서 때가 되면 단풍잎처럼 미련없이 흔쾌히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여있어야 한다는 친구들의 드팀없는 견해이다. 단풍잎처럼 아름답고 멋진 친구들에게 응원의 박수 보내면서 부디 건강하게 장수하기를 기원한다.   
 
작가:원죽순 편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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