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를 읽고서
날짜 2022-06-15 15:15:46

우연한 기회에《이야기하기 위해 살다(活着为了讲述)》1)를 읽게 되였고 저자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통해 그의 진실한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였다. 작가의 꿈을 위해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법과대학을 자퇴하고 자신만의 길을 택한 마르케스, “소설을 쓰거나 죽거나.”라고 선언했던 그의 고집이 오늘 우리들에게 수많은 감동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여준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학생시절 째진 가난으로 신발 한컬레에 옷 두견지를 엇갈아 입어야만 했다던 이야기, 열두 남매중 맏이였던 그는 동생들이 너무 많아서 그들의 이름조차 기억할 수 없었다던 이야기, 자신의 글이 신문에 실렸는데 신문을 살 돈이 없어서 안타깝게 발을 굴러야만 했던 이야기, 부자집에 돈 꾸러 갔지만 차마 입을 뗄 수 없어서 문밖에서 배회하던 이야기… 마르케스는 작은 에피소드들로 고난의 시절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다른 자서전들과 달리 이 책에서는 천재의 성공담이 아닌 창피스러운 이야기들도 서슴없이 털어놓고 있다. 열다섯살에 담배를 배웠고 후에는 하루에 60대씩 피웠다는 이야기, 영화가 너무 보고 싶어 엄마 돈을 훔쳐 영화표를 샀던 이야기 등… 부끄러운 이야기들을 대문호답지 않게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 밖에도 책에서 언급된 실존했던 사람과의 에피소드들에서 이미 읽은 기타 작품 속 인물이나 사건의 원형을 찾아내는 과정은 보물찾기 놀이 만큼이나 신나는 체험이였다.
례하면 마르케스의 또 다른 작품인《백년의 고독》에서 읽었던 대목들이 현실을 모티브로 했다는 발견은 참 짜릿했다. 외할아버지와 함께 지냈던 아라까따까는 꼴롬비아 력사상 가장 비극적 사건의 현장인 ‘바나나농장 학살사건’이 있었던 곳이였고 바나나농장 대문에 씌여진 ‘마꼰도’라는 이름은 소설 속에서 가상의 섬마을로 구현되고 있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꼴롬비아 내전인 ‘천일전쟁’의 퇴역군인으로 소설 속 ‘부엔디아 대령’의 모델이였고 친척 녀동생은 마음속 불안을 채우기 위해 흙을 먹는 ‘레베까’의 원형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마르케스는 부모님의 사랑이야기를 모티브로《콜레라시대의 사랑》을 쓰게 되였다고 한다. 마르케스의 부모님은 사귀는 과정에 가정의 반대가 극심했다고 한다. 마르케스의 어머니는 이로 인해 원치 않은 려행길에 오르게 되였고 마르케스의 아버지는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편리를 리용하여 어머니가 가는 곳마다에 전보를 보냈다고 한다. 전부 다 소설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부분들이다. 두 분은 친지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도움으로 결혼까지 갈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작품 속 주인공들은 첫고백을 하고 나서 51년 9개월 4일 만에 녀주인공 페르미나의 남편이 죽고 나서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남주인공 플로렌티노는 전부의 생명으로 그녀를 사랑했다.
독서에 관한 화제들도 너무 재미났다. 세르반테스의《돈키호테》는 필독서였지만 도무지 읽혀지지 않아 화장실에 놓아두었는데 변기에 앉아서 읽으니까 너무 재미 나서 화장실에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고 한다. 제임스 조이스의《율리시스》는 친구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초기에 너무 지루하고 리해하기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읽을수록 저자의 진실한 내심세계를 공감하게 되였고 또 작품의 언어사용이나 글구성 등 많은 문학기법들을 배우게 되여 후일 작품창작에 아주 도움되였다고 말한다. 또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변신》이야기에 매료되여 한계를 타파하고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는 시선을 키웠다고 한다.
이처럼《이야기하기 위해 살다》를 읽으면서 나는 해변가에서 조개를 줏는 아이처럼 익숙한 대목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저자의 유머적인 표현에 박장대소하기도 하였으며 피치 못할 삶의 고난에 눈물짓기도 하면서 긴긴 인생 려행을 다녀온 듯한 아쉬운 심정으로 책장을 덮었다.
마르케스는 “젊었던 날들도, 궁상맞던 날들도, 행복했던 날들도 다 내 삶의 한부분으로 사랑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가난에 쪼들렸던 시간도, 초라하고 비참했던 기억도, 빛나는 성공의 순간도 모두 자신의 한 부분이며 그 자체로 사랑했고 그만큼 가장 진실한 자신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의 마르케스를 읽었고 살아가는 리유를 읽을 수 있었다. 
책의 서문에는 이런 구절이 씌여져있었다.
“삶은 한사람이 살았던 것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며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 어떻게 기억하느냐 하는 것이다.”
사탕 한알을 입안에 넣는 순간 익숙한 달콤함과 함께 마음을 적셔오는 지난 시간 어느 날의 추억, 우연히 찾아낸 일기장을 펼치며 희미한 기억 속에 다시 떠올려보는 지인의 모습, 길을 가다가 문득 들려오는 익숙한 선률에 어쩔 수 없이 눈물이 흐르는 순간… 그런 기억의 화폭들로 삶의 소중함에 다시 감사하게 되군 한다. 삶이 의미가 있다면 우리가 선택한 삶을 향한 자세와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모여 각자 특유의 기억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당신은 지금 삶을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고 이야기하고 계신가?   

1) 꼴롬비아 작가이며 20세기 중반 남미와 세계 문학사를 대표하는 대문호중 한명으로 꼽히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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