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은 사랑을 싣고

― 길림신문사 김영화 기자
날짜 2021-11-10 14:25:17 조회


기사 하단에 달리는 악플은 흔히 인터넷에서 보아오던 대로 불미스러운 일로 이슈가 된 기사들에 달리는 건 줄로만 알고 있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신입도, 중견도 아닌 기자로 뛰여온 11년 동안 나의 기사에 악플이 달렸다는 것은 떨쳐낼 수 없는 ‘굴욕’으로만 여겨졌다. 
지난 5월,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던 수박할머니가 세상을 떴다는 비보를 전해 들었다. 나는 수박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추모의 마음을 담은 글 한편을 발표했다. 두서없이 내리적었던 문장에는 수박할머니를 알게 되였던 인연과 그간의 연변축구로 얽혔던 에피소드, 끝까지 미처 잘 보살피지 못하고 보내드린 뒤늦은 후회와 슬픈 감정이 두루 뒤섞인 내용이였다. 분명했던 건 나름 대로의 심심한 추모의 마음을 담아 수박할머니의 명복을 빌었던 의도 만큼은 확실했다.
그 문장이 길림신문 스포츠 위챗계정을 통해 발표되고 얼마 안되여 기사 하단에는 댓글 하나가 덩그러니 올라와 있었다. 틀림없이 공감댓글일 것이라 짐작하며 거침없이 화면을 올리밀어 맨 밑단의 댓글창을 확인하려는데 짤막한 댓글 하나에 손가락이 굳어진 듯 멈춰섰다.
“이 글을 쓴 기자님이 좀 더 따뜻한 분이셨더라면 수박할머니가 덜 외로우셨을 텐데, 참 얄밉네요…”
몇번을 다시 읽어도 나에게는 찬물 끼얹기 ‘악플’로밖에 여겨지지 않았고 그 ‘악플’ 작성자가 그토록 얄미울 수가 없었다. 평소 동네 어르신들께도 깍듯하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온 나였는데 이런 독자의 평가 아닌 평가로 마음 한켠이 앵돌아지면서 혼자 씩씩거렸다.
당시 친구와 달콤한 커피를 마시다가 갑작스런 수박할머니의 별세 소식에 커피잔을 내려놓은 채 한참이나 펑펑 울었던 그때 나의 심정을 과연 알기나 하고 이런 ‘넘겨짚기’를 하는 것인지 생각할수록 괘씸해났다. 발끈했던 마음에 끝내 참지 못하고 계정 운영관리를 맡은 선배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해당 댓글을 비공개로 전환해달라고 무작정 졸라댔다.
“아니 참, 대체 이 댓글이 뭐가 어때서… 다 관심이지.”
갸우뚱해하면서도 선배기자는 글 작성자인 내 의견을 존중해주었다. 댓글도 읽을 권리가 있는 독자들이였지만 나는 그렇게 하면 안되는 ‘댓글 조작’을 하고야 말았다. 비공개로 전환되는 순간 더없이 속이 후련했지만 이상하게 어딘가가 불편해났다. 오지랖이 넓은 한 독자의 싱거운 평가인지 아니면 과했던 나의 리액션 탓이였던지 어쨌든 그 불편함은 꽤 오랜 시간 동안 나를 곤혹에 모대기게 했다.

수박할머니를 끝까지 챙겨드리지 못해 후회한다던 나의 글을 읽고 독자는 그걸 안타깝게 여겨 수박할머니의 명복을 함께 빌어주려 했던 것 뿐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하려고 나는 더 괴로움에 몸서리쳐댔는지도 모르겠다. 그다지 짧지도 않았던 문장이였는데 한자한자씩 내리읽어준 소중한 독자가 남긴 개인감수에 내가 비겁한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그 부끄러움에 머리가 절로 숙여졌다. 그때 선배기자가 했던 말처럼 그건 모두 나의 글에 대한 관심이였던 게 확실했다.
이제라도 비공개되였던 그 댓글을 공개하려고 관리자 계정으로 다시 시스템에 들어갔다. 허나 최대 열흘 전 댓글까지만 확인할 수 있게 설정되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근과 채찍에서 당근만 원했던 한때 어리석었던 나의 판단으로 인해 그 댓글은 열흘간의 유효시간을 훌쩍 넘겨 아쉽게 묻혀버렸다. 하지만 앞으로 내가 기자로 뛰는 동안 흔들릴 때마다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고 되새겨보게 될 주옥같은 채찍으로 남아있도록 나는 그 댓글을 마음속 깊이 새겨두었다.
머지않아 곧 다가올 기자절을 자축하려고 보니 나에게 ‘기자의 심장’이 펄떡이게 해주셨던 수박할머니의 쓸쓸한 빈자리와 저러한 못났던 행동이 떠올라 마냥 즐겁지만은 못하다. 그래서 그 여느때보다 마음이 무거워나는 한해의 막바지이기도 하다. ‘진정한 기자’가 되기에 나는 아직도 메워지지 않은 허다한 공간과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보니 멋 모르고 명절을 즐기려고만 했던 철없던 시절의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부끄러운 시점이다…
작가: 편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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